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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새벽의 대화


오빠가 결혼하기 전,

늦은 퇴근 후 귀가한 오빠와 가끔씩 새벽에 나누는 대화는

세상 그 누구와도 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어서

나에게 많은 힘이 되기도,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결혼 후에는 거주지가 다르니 그런 대화가 거의 불가능했고

가끔 함께 퇴근하는 길에나 짧게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러다 어제 새벽,

늦게 귀가하는 오빠를 기다리다가

새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뭔가, 언니와는 이제껏 내가 가져보지 못한

새로운 관계라는 것을 실감한 밤.


나도 언니도

우리는 자기 형제자매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친구나 동료에게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믿고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이제야 찬찬히 꺼내놓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여자로서 느껴지던 감정들과

가족으로서 느껴지던 출처 모를 책임감이나, 고마움같은 것들.


그리고 언니에게 물어봤다.

언니는 오빠랑 결혼해서 결혼에 대해 어떤 레슨을 배웠는지 궁금했다.

사실 이게 요즘 관심사이기도 하고,

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 전에 여러가지 고민과 조언을 들어보는 게 필요할테니까.


언니가 해준 조언은 딱 두가지였다.

가정적인 사람을 만날 것.

나와는 다른 사람을 만날 것, 그러나 기본적인 마음은 같을 것.


이런 이야기는 들을 수록 어려워지고

현실에 가까워질 수록 도망치고 싶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이왕하는 것이라면 담대하게 선택하고 싶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네가 하자니까, 네가 좋다니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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