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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홍시킴 2014. 6. 20. 21:49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 무레 요코 지음 / 김난주 옮김


우와, 블로그에 정리하기 시작하니까

독서노트를 꾸준히 쓰게 되는 것 같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추천받은 책인데,

『카모메 식당』작가가 쓴 책이라고 해서 

줄거리도 확인하지 않고 고민없이 구입.

그냥 좀 가볍고 따뜻한 책 한 권 읽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다지 존경하지 않았던 엄마와 단둘이 살던 아키코라는 여자가

엄마의 죽음에 원치않던 인사이동이라는 연이은 악재를 겪는다.

그리고 자기 안에 꼭꼭 숨겨져 있던 작은 재능을 발견해서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을 물려받아

딱 그녀답게 리모델링을 하고 단 두개뿐인 메뉴를 담아서 식당을 오픈한다.


그녀에겐 타로라는 고양이가 있는데,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를 인연삼아 입양한 것이다.


아..

지극히 일본 소설다운 이야기.


빵도 수프도 고양이도 좋아하니까

이 셋이 나오는 이야기면 적당히 괜찮겠지, 했는데

빵, 수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빵과 수프를 팔고 고양이와 함께 사는 아키코라는 여자의 마음과 생각을

부담없이 읽어내릴 수 있다.


작은 양장본에 200페이지 남짓이라

순간적으로 집중하면 정말 단숨에 읽어내릴 책이다.

크게 고민할 필요없이 어느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저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면 되니까.


소년이 온다,를 읽고 

나의 주특기인 '감정에 휩쓸리기'에 빠져있다가

가볍게 기분전환하려고 읽기 시작했는데

딱 그정도다.


어느 부분에서는

내가 혼자 늙어간다면

이런 모습일 수 있겠군... 하면서

흥미롭게 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외롭거나 할때마다

꺼내볼만한 그런 책은 아닌 것 같은 느낌.




때로는 불안하고 망설임도 있었지만, 머릿속으로 그린 풍경이 하나하나 현실이 돼가면서

동그랗고 뭐라 말할 수 없이 따뜻한 것이 가슴속에서 끓어올라 몸이 따스해졌다.




하얀 커피잔에 찰랑찰랑하게 커피가 담겨나왔다. 잔 받침에는 각석탕 두개가 곁들여져 있었다.

"어머나, 이 설탕 오랜만에 보네."

자신도 모르게 그만 그렇게 말했더니, 아까 주문을 받으러 왔던 중년 남자가 설명해주었다.

"옛날부터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일반 설탕으로 한 번 바꾼 적이 있는데, 오래전부터 오셨던 한 단골손님이, 

각설탕은 왜 안보이느냐, 각설탕을 스푼에 올려놓고 커피잔에 담그면 커피가 배어들면서 하얀 설탕이 갈색으로 바뀌었다가

사르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했는데, 하면서 화를 내너라고요.

까짓 설탕쯤 아무려면 어떠랴, 하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까지 포함해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가게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는 반성하고 줄곧 이렇게 각설탕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