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순례하다, 다시 집을 순례하다
집을 순례하다, 다시 집을 순례하다 / 나카무라 요시후미 / 사이
아주 오래 전의 사람 덕분에 건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건축가들이 들려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에 애착을 갖고 있다.
집을 짓는 방법이나 잘 꾸미는 방법보다
잘 짜여진 공간을 보여주고 거기에 담겨진 건축가의 정신이랄까- 그런 것들을 이야기해주는 게 좋고.
왜 그 공간에 그런 배치가 필요한지, 무심결에 지나갈 수 있는 이야기를
콕콕 찝어서 말해줄 때 멋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셰익스피어나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시를 이야기하는 나를 보면서
그 사람도 그랬을까 싶지만.
여튼,
새로운 취향을 깨닫게 된 덕에
소설의 홍수 속에서도 가끔 균형을 잃지 않고자
다양한 책들을 부러 찾아서 보는 편인데
몇년 째 다이어리에 적어두고만 있다가 이 두권의 책을 드디어 구입했다.
건축 입문자 필독서라는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집을 순례하다]와 그 후속작 [다시 집을 순례하다]
건축 기행을 즐기는 작가가
자신이 건축가로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되어준 혹은 어떤 영감이 되어준
건축가가 지은 집을 직접 찾아가 시간을 보내면서
그 공간을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단순한 취재기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나
작가 본인이 잠시나마 머물며 느낀 점을 소상히 적어놓은 것이 좋았다.
전문용어나 건축적 분석으로 젠체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열정이 가득했고
풉- 웃음을 터뜨리게하는 위트도 겸비한 작가라서
건축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나같은 사람도 즐겁게 볼 수 있다.
이런 책의 묘미는
건축가가 직접 그린 도면인데
구석구석 가구나 장식품도 꼼꼼히 그려져 있어서
읽을거리, 볼거리가 많은 책이다.
여전히 나는 그 집의 이름도 건축가의 이름도 다 외우지 못하지만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펴서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아! 이 공간은 이렇게 만든거지, 어떤 풍경을 위해서 이렇게 배치한거지
딱 떠올릴 수 있어서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감탄아닌 감탄을 하기도 하고.
건축을 좋아하는 친구와 버스 뒷자리에 앉아서
머리를 맞대고 책을 보며 즐거워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의 마지막 풍경은 그 모습이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