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들의 세계사
차남들의 세계사│이기호│민음사
처음 민음사 홈페이지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표지 디자인 참 잘 뽑았다- 했는데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이 책의 책장을 마지막으로 덮으며 다시 보니,
다시 보니 더 잘 뽑았다- 싶다.
이 책의 날개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음 홍보물 제작때 나도 쓰고 싶어 출판에서 전화해서 지류를 물어볼까 생각도 했었다.
이기호 작가의 책은 그래도 꽤나 읽었다고 생각한다.
최순덕 성령충만기로 그의 위트에 풍덩 빠져들었고,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읽고 그의 글맛에 깔깔 거렸으며
사과는 잘해요를 읽고는 사실, 음, 음? 뭔가 꺼끌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보자마자
다이어리 뒷장 포스트잇에 적어놓은 걸 보면 이 작가가 내게 준 인상이 아주 강렬한 것은 틀림없다.
최근에 너무 에세이류만 읽은 것 같아서
소설을 읽어볼까하고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꽂혀있는 칸에서 고른 것이 이 책이다.
그런데 참 오랜만에,
밤에 꾸벅꾸벅 졸면서도 붙잡게 되는 재미난 소설을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 나복만.
굴곡 많은 인생의 한자락에서 어찌어찌 택시기사라는 나름 괜찮은 직업을 갖게 되었는데
그 시대의 장남, 전직 대머리 수사관이었던 대통령 덕분에
소시민적이었던 그의 삶이 조작되고 휘둘리게 된다.
출판사의 소개에 따르면 '광기의 역사 속에서 한 개인의 삶과 꿈이 어떤식으로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대사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최근 사회의 모양새를 보면 충분히 알게 되는 지난 시절의 한 부분을
아주 노골적이지 않게, 그의 위트로 충분히 녹여내어 풀어내는데
피식피식 웃으면서도 미간을 찌푸리며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작가또한 그 점을 의식하고 글을 쓰기라도 한 듯,
''다들 인상 좀 펴고 이것을 계속 들어 보아라'든지, '자네는 지금 이 부분을 어떻게 읽고 있나?' 등의 말로
독자를 환기시켜주기도 한다.
유머가 넘치는 글쓰기 뿐 아니라,
소설을 통해서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가 명확해서
금세 집중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유머와 통찰이 버무려진 글맛이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