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책갈피

차남들의 세계사

홍시킴 2014. 10. 8. 09:45

차남들의 세계사│이기호│민음사


처음 민음사 홈페이지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표지 디자인 참 잘 뽑았다- 했는데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이 책의 책장을 마지막으로 덮으며 다시 보니,

다시 보니 더 잘 뽑았다- 싶다.


이 책의 날개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음 홍보물 제작때 나도 쓰고 싶어 출판에서 전화해서 지류를 물어볼까 생각도 했었다.


이기호 작가의 책은 그래도 꽤나 읽었다고 생각한다.

최순덕 성령충만기로 그의 위트에 풍덩 빠져들었고,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읽고 그의 글맛에 깔깔 거렸으며

사과는 잘해요를 읽고는 사실, 음, 음? 뭔가 꺼끌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보자마자

다이어리 뒷장 포스트잇에 적어놓은 걸 보면 이 작가가 내게 준 인상이 아주 강렬한 것은 틀림없다.


최근에 너무 에세이류만 읽은 것 같아서

소설을 읽어볼까하고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꽂혀있는 칸에서 고른 것이 이 책이다.


그런데 참 오랜만에,

밤에 꾸벅꾸벅 졸면서도 붙잡게 되는 재미난 소설을 읽었다.





이 책의 주인공, 나복만.

굴곡 많은 인생의 한자락에서 어찌어찌 택시기사라는 나름 괜찮은 직업을 갖게 되었는데

그 시대의 장남, 전직 대머리 수사관이었던 대통령 덕분에

소시민적이었던 그의 삶이 조작되고 휘둘리게 된다.

출판사의 소개에 따르면 '광기의 역사 속에서 한 개인의 삶과 꿈이 어떤식으로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대사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최근 사회의 모양새를 보면 충분히 알게 되는 지난 시절의 한 부분을

아주 노골적이지 않게, 그의 위트로 충분히 녹여내어 풀어내는데

피식피식 웃으면서도 미간을 찌푸리며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작가또한 그 점을 의식하고 글을 쓰기라도 한 듯,

''다들 인상 좀 펴고 이것을 계속 들어 보아라'든지, '자네는 지금 이 부분을 어떻게 읽고 있나?' 등의 말로

독자를 환기시켜주기도 한다.



유머가 넘치는 글쓰기 뿐 아니라,

소설을 통해서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가 명확해서

금세 집중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유머와 통찰이 버무려진 글맛이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