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이 많은 날이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꾸역꾸역 무리해서 끼워넣었던 것이 있었는데
순식간에 마음이 달라져서
좀 더 새롭고 가벼운 걸로 대체했다.
이로써 그만큼 더, 멀어진 것이다.
또 이만큼 괜찮아진 것이고.
그동안 아빠가 농사지으신 고구마만 쪄먹다가
오늘 아침엔 엄마가 단호박을 쪄주셨다.
총 5개가 났는데, 2개는 내게, 2개는 시골집에 하나는 외숙모를 주셨다고.
달고 부드럽고 맛있어서
먹고 있는 내내 줄어드는 것이 속상할 지경이다.
농부의 딸이라, 참 행복하다.
'뭐랄까! 복수하고 싶은 마음 같은 것!'
'아니야, 네가 그 사람을 완전히 잊는 것이 진짜 복수지. 아무렇지 않아지는 것!'
런던에 가서는 카메라를 두 개 살 것이고
암스테르담에서는 매그넘 포토 전시를 볼 것이다.
아아- 벌써 완벽한 여행이 되어버렸다.
그 날 저녁, 쌀쌀한 바람에 우리는 각자 팔짱을 끼고 벤치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별 다른 맞장구도 없이 각자의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으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너를 잃어서 참 아깝고 안타깝겠다."
"아니요."
대답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그러면 안되죠. 그런 결론이 나올 선택이었다면, 하지 말았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