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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좋은 질문 642

150719 14. 당신이 마치 책 속의 인물인 것처럼 자신의 외모와 성격을 3인칭 시점으로 묘사하라. 조금 길다 싶은 머리를, 주로 한쪽으로 모아 내리곤 했다.가끔은 머리 끝을 들어 한참을 바라보기도 하고고무줄을 꺼내어 질끈 묶기도 한다. 조용한 성격인가, 생각했지만그렇다기보다는 차분하다는 느낌이 맞는 것 같았다.몇 번의 통화소리를 우연찮게 듣거나문자를 써 내려가는 손 끝을 보면 약간 수다쟁이 일지도 모르겠다.그러나 흥분하는 일이 거의 없었고 오타를 자주 내지도 않는 것 같아서차분한 여자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생년월일을 입력해주시면 가입이 됩니다.”적립카드를 만들 적에, 그녀가 입력한 생일에 살짝 놀랐다.하얗고 동그란 얼굴이,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였던 것이다.하지만 오래 두고 보니 –나이를 인식해서 일지도 .. 더보기
150616 13. 언젠가 증손자에게 물려줄 작은 물건 하나를 고르고 왜 그걸 골랐는지 아이에게 설명하는 편지를 써라. 이 카메라를 구입한 것이 대학교 2,3학년 때쯤이구나.누군가가 아주 멋진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그 사진을 이걸로 찍었다기에이 카메라만 있다면, 나도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었다. 나의 삶이었다기 보다는나의 가장 특별한 순간들을 함께 했던 물건이라꼭 네가 갖고 있어줬으면 한다. 작은 카메라지만 내 두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을, 알려주었지. 노출계는 고장 났지만 몇 번 실패를 하다 보면은오히려 그 바늘보다 네 감을 더 믿게 될 거고카메라와 네 감이 합작해서 나온 작품을 본다면넌 이 카메라와 너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될 거야. 멋과 낭만을 아는 남자로 자라나길 바란다.그런 면에 있어서 .. 더보기
150616 11. 파란색 물건을 가진 인물이 지금 하는 생각 파란색 셔츠, 역시 분홍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난 쿨톤이 안 어울린다고 했는데. 더보기
150526 10.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룸메이트 안녕.아직도 이 메일주소를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본 게 10년이 조금 안되었으니정말 오랜만이라는 인사가 적당하겠지. 메일함을 정리하다가 니 이메일을 봤어. 안 지웠더라.10년 전의 너는 지금 다시 보아도 어른스럽구나.네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는데이제라도 그 후회를 덜어버릴까 싶어서 얼른 답장 버튼을 눌렀어. 고마웠어.그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아마 너는 끝까지 비밀을 지켜줬을 것 같아. 시우를 좋아했던 것,하지만 그 마음을 절대 고백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많이 아프긴 했던 것,모두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잘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하긴 매일 아침과 밤을 같은 집에서.. 더보기
150428 9. 내가 도둑맞은 물건 “정말 네가 안 가져간 거 확실해?” 크지도 않은 보석함을 2시간 동안 열었다 닫았다 하다가나는 또 동생에게 짜증을 내고 만다. “나 니꺼 안한다고 이제!” 몇번씩 같은 대답을 해야 하고, 두 시간 동안 꾸준히 의심을 받고 있는 동생도앙칼진 목소리로 빽- 대답한다.흥 기집애. 이 약속을 정한 지난 주부터 무엇을 입고 무엇을 들고 신을지 고민하면서이 귀걸이를 하겠다는 셋팅은 처음부터 확고했기 때문에찾지 못한다면 옷을 다시 입어야 될 것 같다.그 귀걸이 없인 이 패션은 완성되지 않는다고! “최근에 본적도 없어” 진짜?” 나는 아마도 이 질문을 10번쯤은 했을 테지만답답한 마음에 또 의심을 잔뜩 머금고 묻는다. “아 고만해라 진짜!” 문을 쾅 닫고 제 방으로 들어가는 나의, 쌀쌀맞은 .. 더보기
150306 7. ‘응’, ‘음’, ‘어...’, ‘으음...’만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써보라. “응.”물론 기억하고 있다.그 날 밤은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여름이었지만 나는 시원하다, 고 생각하며그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음-”말머리가 길어지고 있었다.쉽게 꺼내긴 어려운 말을 하려는 모양이었지만굳이 그걸 도와주거나 알아챈 것을 티내고 싶진 않았다. 그는 항상 그랬다.내게 어떤 여지만 주고 아무렇지 않은 척 물러나 있다가내가 그 신호에 맞춰 달리기를 시작하면그제야 네가 그렇다면 나도, 하는 식으로 뒤따라오곤 했다.비겁했다. “어...”그의 주저함에 알맞은 대답으로 응수했다.워낙 작은 소리라서 그는 못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으음...”기침인지 말인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소리를 내며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더보기
150130 6. 인질의 몸값을 요구하는 편지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라. ‘따님을 안전하게 다시 보고 싶다면 아래 계좌로 30,000,000원을 입금하시오’ 어제 저녁에 받은 문자를 다시 들여다봤다.따님, 이라는 표현은 조금 정중하다고 생각했다.계좌번호만 있고 예금주가 없는 것은 멍청하다고 생각했고. 그러니까 지금 내 딸이 납치를 당한 건가? “엄마”“응?” 국을 뜨던 엄마가 뒤돌아 본다. “내 딸이 납치 당한 거 같아.” 국자를 설거지 통에 넣는 엄마의 손길에 약간의 짜증이 묻어난다. “아침부터 무슨 소리야.”“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 납치범이 협박문자를 보냈어.”“없는 딸을 어떻게 납치했다는 거야.”“그러니까 나도 궁금한데, 3천을 보내라네 자기 계좌로.” 그랬다. 나는 딸은 물론 남편도 없는 평범한 30대 .. 더보기
150120 5. 당신은 우주 비행사다. 당신의 완벽한 하루를 설명하라. 지구는 생각만큼 푸르지도, 파랗지도 않다.하지만 매끄러운 동그라미를 보고 있으면한없이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을 정도로마음이 편안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대학의 전공을 선택할 때만해도 나는,내가 지구를 벗어난다는 것은 상상해본 적도 없었지만지금은 우주라는 공간에서 겪게 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사실 직업에 ‘우주’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도 조금 멋지고 말이다. 20년이란 시간을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잘 왔다.처음엔 우주에서 보는 지구가 아름다웠고언젠가는 이 지긋지긋한 지구를 잠시 떠나있을 수 있어서 좋았고가끔은 이 먼 거리를 떨어져있는 연인이 보고 싶어눈물을 글썽이며 키보드를 두드리던 때도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 인류에 얼마나 .. 더보기
150116 4. 2017년 당신의 페이스북에 상태를 업데이트해보라. 당신이 내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따뜻했다. 더보기
150115 3. 화초가 죽어가고 있다. 화초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 집으로 돌아오는 공항버스를 탔을 때야 집안으로 들여놓지 않은 화초가 생각났다.며칠 만에 따뜻한 날이라 햇볕을 쬐게 해주려고 내놓았다가 그냥 여행을 떠난 것이었다.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지더니, 퇴근시간과 맞물려 막히는 도로를 타는 마음으로 지나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짐은 현관에 그대로 내려두고 베란다로 달려갔다.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얼어있는 것이, 잎사귀 끝이 쭈글쭈글하고 푹 수그러져 있다. 아이고 미안해라! 물이 바싹 말라있는 흙을 만지며 탄식하듯 말을 뱉고여행에 들떠 하나뿐인 식물도 신경 쓰지 못한 나를 자책하고 있는데뿌리만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산다며, 자연의 신비를 예찬하던 친구가 떠올라 –최근 귀촌을 했다-부랴부랴 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