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 김종옥 소설 / 문학동네
여행의 동반자,
두 권의 책 중 하나.
그러나 단단히 잘 못 선택했다.
좋은 책이 아니었다는 것이 아니라,
다소 서늘해진 날씨에, 지친 마음으로 떠난 여행의 분위기가 되어주기엔
조금 냉정하고 쌀쌀맞은 책이었달까.
나는 마땅히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마치 그녀와 헤어지던 날 같다. 우리가 서로에게 꼭 해야 할 말 같은 건 없는 것이다. 다음번이 없을 때, 말이란 언제나 무용해진다. - 그녀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아무리 느긋하게 맘을 먹고 헤매기로 작정을 했다 해도, 막상 길 위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는 건지 알 수 없어지면 그 모든 마음의 준비 같은 것은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어떤 일들은, 그 전에 일어난 일의 결과가 아니라, 일어나지 않은 일의 결과라는 것 -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 오빠가 나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해서 내가 사라져버리는 건 아니야.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않아? 봐, 내가 지금 오빠 앞에 있잖아." - 유령의 집
"하지만 아줌마도 아시잖아요. 그런 건 그냥 하는 말일 뿐이라고요. 자기 세계라느니 하는 말. 그렇지 않아요? 세계는 저기에 있는 거지, 자기 안에 있는 게 아니에요. 누구도 그럴 수 없어요." - 거리의 마술사
"전 잘 이해할 수가 없군요. 삶이 아무리 무서워도 죽음만큼 무서울까요? 자신이 뭔지도 모르는 것을, 원할 수 있을까요?" - 거리의 마술사
풍선은 바람이 빠진다 해서 처음이 상태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풍선은 펑! 하고 터지거나 약간 쭈글쭈글해진다.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나 자신이 쭈글쭈글해짐을 느낀다. 다시 바람을 집어넣는 일은 훨씬 수월해진다. 그러나 정말로 꼭 같지는 않다. 동그랗게 원을 그리지만 조금씩 빗나가는 것이다. - 리와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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