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 김중혁 / 문학과지성사
독자로서, 관객으로서, 청중으로서
'믿고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중혁 작가의 신간은
줄거리나 서평을 찾아보지 않고 구매하는 편인데,
사실 이번엔 구매가 좀 늦긴했다.
짧지 않은 소설 내내 제법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화 중간중간 픽- 하고 웃지 않을 수 없는
김중혁의 위트는 살아있다.
문득 이 책을 읽다가
이 작가가 에세이와 소설에서 보여주는 문체가 달라서 참 좋다, 생각했다.
물론 어떤 작가는 에세이든, 소설이든, 하물며 서평이든
너무나 그다워서 좋아하기도 하지만.
전직 형사인 탐정이 하나 있고,
그의 전문분야는 딜리팅.
죽은 사람들이 미리 계약해놓은 것에 따라
그들의 물건을 없애주는 일.
하지만 이 소설이 딜리팅을 하면서 그 탐정이 겪게되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사건들을 열거해놓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와 한 팀인 선배 형사와의 사건이 후반으로 갈 수록 중심부로 오게 되면서
이 사건에 얽힌 인간들의 아무렇지 않은 잔인함 혹은 잔혹함 같은 것을
툭툭 하나씩 떨어뜨려주는데,
작가가 은근슬쩍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가
뒤늦게 풀어내는 것이 억지스럽지는 않아서
그 비밀을 쉽게 알 수 없는 독자의 입장이 짜증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다.
독자를 괴롭히지 않고도 자신의 생각을, 사회적 메시지를 적절히 운반하는 게 그의 매력인 것 같다.
어떤 진한 감정을 남겨주는 건 아니지만,
제법 두꺼운 소설을 지루하지 않게 잘 이끌어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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