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 순간/책갈피

생각의 일요일들

신경숙에 열광했던 20대 초반에

역시나 일종의 반항심으로 은희경을 읽지 않았었어요.

깊은슬픔을 읽은 여자인가, 새의선물을 읽은 여자인가.

고 나이대의 또래 여성을 그렇게도 구분할 수 있는 때였다고나 할까요.


그러다 몇 년 전에 조금 긴 여행을 준비하면서

어떤 책을 가져가 읽을까... 고민하던 중

은희경작가의 '소년을 부탁해'를 알게 되었고

그 책을 읽고난 후로 새의 선물부터 다시 찾아 읽기 시작했어요.


하루키와 마찬가지로,

20대부터 열광하며 읽었다면

이제는 그녀의 책을 읽지 못하겠군. 하면서 질려버렸을 수도 있겠지만

적당히 나이가 들어 그런 감성의 바닥을 치는 글들을 만나는 것은

아주 좋은 경험이더군요.


카드결제일을 맞추느라

책을 구입하지 못하는 한달동안

사놓고 읽지 못했던 책도 읽고, 간만에 생각나는 예전 책도 꺼내어 읽다가


누군가에게 해주었던 말이 생각나,

그 이야기를 이 책에서 읽었나... 싶어 

은희경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을 꺼내어 읽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해주었던 말은 이 책에 없더군요.

분명 은희경작가 이야기가 맞고(배우 소지섭 이야기거든요)

소설이 아니니 그녀의 산문에서 읽은 것이 분명할텐데

내가 읽은 그녀의 유일한 산문집에 그 이야기가 없다니

이것 참 기묘하죠.


쨌든,

예전에 읽었을 땐 포스트잇 두장이 붙어있던 책에

이번엔 네개의 포스트잇이 붙었어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요.


이 책을 읽으며 읽은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읽기 시작한 책에서 읽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발견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요.


그 중 하나는 한 페이지 전체가 다 마음에 들어요.

잘생긴 남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 이라는 제목의 글인데

특히나 자신이 잘생겼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주시고

작가의 당부를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벌인 모든 일이 모두 나다운 일.


나를 기쁘게 만들 수 있는 사람만이 나를 기쁘게 하지 않을 권력을 갖게 된다.

나를 기쁘게하지 않지만 그 사람이 있어서 나는 기쁘다.


'그 순간 > 책갈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기 좋은 방  (0) 2014.07.28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0) 2014.07.22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0) 2014.06.20
소년이 온다  (0) 2014.06.18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  (0) 201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