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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책갈피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한강 / 창비


이 책을 읽으려고, 6월을 기다렸다.

<푸르른 날에> 막공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한강이 쓴 광주 이야기야, 라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더이상 잴것도 없이 이 책을 구입해놓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책을 읽을 때 마지막 챕터를 시작하면

곧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마음에 흥분되지만

이 책은 마지막 장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빨리 다 읽고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어서 속도가 빨라졌다.


한 번 읽기에도 가슴이 무거운 책이긴 하지만

처음 읽을 때 머리 속에서 펑펑 폭탄이 터지는 기분이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좀 더 차분히 읽고 싶었달까.


사라진 사람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 한강 특유의 무던하지만 솔직한 문체로 적어나가는데

그게 가슴이 저릿할 정도로 무겁다.


216페이지에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기도 하고

양장본도 아니니 가방 속에 넣기에 딱 좋은 가벼운 무게인데

한 문장 한 문장이 담고 있는 소설을 가장한 '진짜'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한없이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그 시대를 살았다면

집안의 불을 밝힐 수 있었겠는지, 

이른 아침 도청으로 나갈 수 있었겠는지,

비를 맞으며 아리랑을 부를 수 있었겠는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만든다.


단단히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장을 읽을 때는 줄줄 흐르는 눈물을 멈추기가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큰 한숨을 내쉬거나 짧은 신음이 나는 때도 있어서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었고.


그리고 한겨레 신문에 매일 연재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들 부모님들의 편지가 떠올랐다.

(한겨레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hankyoreh/)


지난 시집을 읽고

작가에게 잠깐 토라져있었는데(내가 뭐라고)

이 책을 읽고서 다시 크게 화해했다.

그녀의 단편을 처음 읽었을때만큼이나 강렬하고 찌릿,했다.


누군가는 이런 책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좀 불편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

도 이상했다. 국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

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

니라는 듯이.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날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이 모두 팔십

만발이었다는 것을. 그때 그 도시의 인구가 사십만이었습니다. 그

도시의 모든 사람들의 몸에 두발씩 죽음을 박아넣을 수 있는 탄환

이 지급되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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