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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책갈피

눈먼 자들의 국가

눈먼 자들의 국가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어제 업무 중에 SNS 알림창으로

102일 만에 세월호 희생자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보고

심장이 쿵- 했다.


배를 인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뉴스에

많은 댓글들이 남의 일을 바라보는 입장으로 쉽게 손가락을 놀렸는데

그들이 이렇게 빨리 포기해버린 것에 대해서 꾸짖기라도하듯

오랫동안 기다렸던 희생자가 발견된 것이다.


눈먼 자들의 국가.

이 책의 소식을 접했을 때 필진에 상관없이 읽어야겠다, 했다.

계간지를 챙겨보지 않아서 이런 글이 게재되고 있는 줄도 몰랐다.

아마 조금 부지런하고 성실한 독자였다면

여름, 가을호를 챙겨봤을지도 모르겠다.


필진이 소설가, 시인을 포함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보니

글의 결들이 모두 제각각이긴하다.

어떤 작가의 글은 중간까지 읽다가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는 일은 포기하면 안된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지만 지겹다는 이들도 있고,

당장에 나부터도 기사를 보며 아침저녁으로 눈물을 훔치다가

이제는 조금 무뎌진 마음으로 기사를 읽고 있으니까.


우리가 모두 그 사건을 잊지는 않고 있더라도

점점 아무렇지 않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여전히 저 아래에 사람이,

그리고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지 않은가.


어째서

자신은 경험해보지도 못한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팽목항에 있을 거냐는 둥,

일상으로 돌아오라는 둥,

포기를 못해서 인양을 못하게 한다는 둥,

잠수부를 생각하라는 둥,

그게 국가의 잘못이냐는 둥,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선장에게는 사형을 구형하지만

대통령에게는 책임을 물어서는 안되는 나라.

이 나라에서 모두, 안녕들하십니까?


이 책은 우리가 지치지 않고 세월호 사건의 해결을 바라야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우리가 조금씩 무뎌지고 있는 분노와 슬픔을 상기시켜준다.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감정적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좀 더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글을 쓰려는 노력들이 곳곳에 보인다.

하지만 모두의 슬픔은 공유되고 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책에서 발췌한 아래 두 글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애란,

우리는 우리가 본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본 것이 이제 우리의 시각을 대신할 거다. 세월호 참사는 상으로 맺혔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콘택트렌즈마냥 그대로 두 눈에 들러붙어 세상을 보는 시각, 눈 자체로 변할 것이다.



신형철,

사고와 사건을 구별하면서 시작되는 나의 서산론 강의는 우리에게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생각하면서 끝난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다. 경험할 수 있는 사건이 한정돼 있으니 느낄 수 있는 감정도 제한돼 있다. 그때 문학작품의 독서는 감정의 시뮬레이션 실험일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살이 떨어져나가고 피가 솟구치지는 않았으니 그 감정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야기가 아니면 그 감정에 가까이 다가갈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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